'구김살 없는 사람'을 좋아하는가?
사람을 좋아하는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 '구김살 없어 좋다'는 건 조금 특별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사람들은 어른이 되어가며 세상이 결코 호락호락하지만 않다는 걸 알게 된다. 버석버석한 일상에 인상 찡그리는 일도 많아지고 사춘기를 지나면서 줄어 들었던 욕이 다시 늘기도 한다. 어른이 되면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던 어린 시절과는 다르게 어른이 된 우리는 진짜 세상과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렸을 적 그때처럼 '세상은 참 아름다운 것 같아!'를 여전히 외쳐주는 사람. 24시간 내내 해피바이러스를 내뿜으며 주변 사람들까지 행복하게 해 주는, 마냥 해맑게 웃어주는 사람이 바로 '구김살 없어 보여 좋은 사람'이다.
그래서 구김살이 없지 않은 나같은 보통의 사람들은 이런 부류의 사람을 너무나 좋아하지만, 동시에 가끔 얄미워 하기도 한다. 세상의 밝은 단면만 보고 자란 그들은 내가 왜 구김살이 생길 수 밖에 없었는지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페퍼톤스의 노래를 사람에 비유하자면 바로 이 '구김살 없어 보여 좋은 사람'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페퍼톤스의 노래는 구김살이 없는데, 얄밉지도 않다.
'우울증 극복을 위한 뉴테라피 2인조 밴드'를 지향하는 그들은 마냥 "즐거워! 신나! 행복해!"를 외치지 않는다.
사람의 우울함을 위로해 주는 데 필요한 것은 일단은 '공감'이다. 세상의 어두운 단면은 무작정 덮어 놓고 밝은 면만 보여준다고 우울함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당신이 왜 우울한지를 이해하고, 공감해 주고, 같이 이겨내자 손 내밀어 주는 위로. 구김살 없어 좋은 페퍼톤즈의 노래에는 듣는 이를 위로하는 이런 섬세한 마음이 담겨 있다.
최근 발매한 페퍼톤스 4집 <Beginner's Luck> 역시 새롭게 시작하는 사람들을 경쾌하고, 밝게 응원해주고 있다. 헤어지는 순간을 새로운 시작으로 활기차게 위로하는 노래! 타이틀곡 <행운을 빌어요>는 제목서부터가 진짜 행운을 빌어 줄 것만 같은 느낌이다. (하하)
개인적으로는 8번 track <BIKINI>, 9번 track <바이킹>을 좋아해요.
아련하고 먹먹한 순간, 지치고 퍽퍽한 날들의 감성을 그들만의 신나는 사운드로 위로하는 페퍼톤스! 뉴테라피가 확실합니당.
진짜 세상에 한발,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갈수록 점점 더 나에게 소중해지는 것 두 가지가 있다면, '구김살 없어 좋은 친구'와 '구김살 없어 좋은 페퍼톤스의 노래'. 앨범 자켓까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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