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시작하고 사소한 폐해가 생겼다.
1. 진짜 써야될 건 안 쓰고 블로그에 글이나 깨작깨작 올리고 있다. 써야지 하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가 시작을 어찌해야 할 지 몰라 일단 블로그에 글 하나 올리고 보자 이런 심산의 반복이다. 미루지 말자. 시작이 어려운 거다.
2. 페이스북을 안하게 된다. 사실 이건 폐해라고 표현해야 할 것인진 모르겠다. 좋은 일 일수도 있다. 컴퓨터만 켜면 페이스북을 들어가는 통에 이게 진짜 말로만 듣던 SNS중독인가 싶었지만, 사실 어딘가 해소할 구멍이 필요했던 건가 싶다. 블로그를 시작하며 페이스북은 해소로서의 생명이 마감된 듯하다. 그동안 내 말만 하느라 다른 사람들은 내 wall에 아무것도 못 쓰도록 해 놨는데 이제 다 풀어버려야 겠다. 페이스북을 진짜 SNS의 상태로 되돌려야지.
3. 이전에 페이스북에 수시로 들락날락 하는 것만큼 블로그를 들라날락 거린다. 이유도 없이. 하지만 사실 여기에 대해선 별 걱정을 안하는 중이다. 왜냐면 지금 이 상태는 단지 시작의 즐거움을 느끼는 단계이기 뿐이다. 곧 사그라드리라. 시간이 지나고 조금만 흥미가 떨어지면 딱 적당히 즐기는 수준이 될 것 같다. 너무 과한 애정과 흥미는 중독 또는 집착일 뿐이다. 페이스북이든 트위터든 연애든.
4. 누군가 보든 안 보든 신경쓰지 않기로 했지만 어쨋거나 애초에 사소한 연구라는 콘셉트가 있었다. 그러나 연구란은 아직 텅텅 비었다. 뭘 연구할 지 결정을 못했느냐고? 아니. 블로그를 시작하기 전부터, 티스토리 초대장을 구걸하기 전부터 연구게획은 다 세워져 있었다. 이것도 단지 시작이 어려운 것 같다. 신기한 게 그닥 중요하다 싶지 않은 건 언제든지 쉽게쉽게 시작하는데, 꼭 중요한 건 시작이 너무 어려운 것이다. 함부로 적당히 해서는 안 된다는, 그저그런 마음가짐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부담감. 중요한 것부터 해야지라고 말 하지만, 사실 가장 중요한 일일수록 시작하기 가장 어려울 지도 모른다. 하지만 할거야!
적고 보니, 정말 사소한 폐해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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